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담배 가게 아가씨 & 담배 피는 아가씨

  가끔 술이랑 담배를 사러 남대문 시장에 가면 화들짝 웃으며 아주 살갑게 맞아주는 형제 상회의 인상 좋은 아저씨랑 대조 되는 담배 가게 아가씨가 있다. 영업과 마케팅을 그 도소매의 정점의 현장에서 깨우친 화술의 달인 아저씨와는 달리 아무 말도 없이 영양제가 그득한 선반들 사이에서 서랍장을 드륵 당겨 담배들을 보여주는 것 외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아가씨. 시선 또한 30도 정도 바닥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조선시대 결혼하는 새색시 눈 빛 인냥,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만 스스로 죄의식에 잠겨 있는 첫 경험 후의 어린 여인 인냥. 나 같은 놈이 M냄새를 킁킁 맞고 달려들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자세의 아가씨.

  언젠가 담배를 사러 갔을 때 유치원생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 아가씨에게 땡깡을 피우는 것을 보고 이제는 아가씨가 아닐 거라고 짐작하지만 담배를 파는 일터에, 더는 시끄럽고 사람많고 미취학 아동이 재미있어 할 건 없어 보이는 그 곳에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을 보아도 어딘가 미혼모 같은, 괜히 궁금하거나 안쓰럽거나 하는 감정이 들게 하는 아가씨.


  건물 사이에서, 나무 밑에서 쓰레기통 근처에서 뒤돌아서, 옥상에서 누가 볼세라 담배를 불과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쪽쪽 빨아 빨간 불씨가 손가락 한 마디만하게 피우고 금세 사라지는 아가씨. 높은 곳에서 피우기 좋아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피우거나, 남자들 끼리 모여 남자의 얘기들로 수다를 떨며 담배를 빠는 수컷들과는 다르게 주변 한 번 둘러보지 않고 담배에 집중하는 그 뒷모습.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어찌 그리도 긴 머리로 잘 가리고 있어서 방심하다가 다시 보면 금세 담뱃불을 끄고 사라지는 그 뒷모습.

  완벽할 줄 알았던 그녀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다 무너지는 첫 사랑의 허무함을 처음 담배 연기로 달래기 시작하는 남자들이 알고 보면 꽤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면 저 아가씨는 또 어떤 사연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까. 저 사람도 친구가 있고 남자친구, 적어도 만나는 남자는 있을텐데, 저기서 혼자 조용히 담배를 태우는 것은 고독일까. 가서 '같이 한 대 태우시죠'라고 하면 미친놈이라 생각할까. 궁금함이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주접 떨고 있네."




아저씨는  담뱃 불을 탁 쳐서 끄고는 책보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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