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담배 가게 아가씨 & 담배 피는 아가씨

  가끔 술이랑 담배를 사러 남대문 시장에 가면 화들짝 웃으며 아주 살갑게 맞아주는 형제 상회의 인상 좋은 아저씨랑 대조 되는 담배 가게 아가씨가 있다. 영업과 마케팅을 그 도소매의 정점의 현장에서 깨우친 화술의 달인 아저씨와는 달리 아무 말도 없이 영양제가 그득한 선반들 사이에서 서랍장을 드륵 당겨 담배들을 보여주는 것 외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아가씨. 시선 또한 30도 정도 바닥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조선시대 결혼하는 새색시 눈 빛 인냥,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만 스스로 죄의식에 잠겨 있는 첫 경험 후의 어린 여인 인냥. 나 같은 놈이 M냄새를 킁킁 맞고 달려들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자세의 아가씨.

  언젠가 담배를 사러 갔을 때 유치원생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 아가씨에게 땡깡을 피우는 것을 보고 이제는 아가씨가 아닐 거라고 짐작하지만 담배를 파는 일터에, 더는 시끄럽고 사람많고 미취학 아동이 재미있어 할 건 없어 보이는 그 곳에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을 보아도 어딘가 미혼모 같은, 괜히 궁금하거나 안쓰럽거나 하는 감정이 들게 하는 아가씨.


  건물 사이에서, 나무 밑에서 쓰레기통 근처에서 뒤돌아서, 옥상에서 누가 볼세라 담배를 불과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쪽쪽 빨아 빨간 불씨가 손가락 한 마디만하게 피우고 금세 사라지는 아가씨. 높은 곳에서 피우기 좋아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피우거나, 남자들 끼리 모여 남자의 얘기들로 수다를 떨며 담배를 빠는 수컷들과는 다르게 주변 한 번 둘러보지 않고 담배에 집중하는 그 뒷모습.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어찌 그리도 긴 머리로 잘 가리고 있어서 방심하다가 다시 보면 금세 담뱃불을 끄고 사라지는 그 뒷모습.

  완벽할 줄 알았던 그녀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다 무너지는 첫 사랑의 허무함을 처음 담배 연기로 달래기 시작하는 남자들이 알고 보면 꽤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면 저 아가씨는 또 어떤 사연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까. 저 사람도 친구가 있고 남자친구, 적어도 만나는 남자는 있을텐데, 저기서 혼자 조용히 담배를 태우는 것은 고독일까. 가서 '같이 한 대 태우시죠'라고 하면 미친놈이라 생각할까. 궁금함이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주접 떨고 있네."




아저씨는  담뱃 불을 탁 쳐서 끄고는 책보러 들어간다.

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언제 결혼을 해야 하냐면

영화 HEAT에서 Chris의 얘기가 로맨스 중 세 번째로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그것도 그리 많은 내용은 아니죠. 그런데 별안간 크리스가 부부싸움 하고 닐 집으로 와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닐과의 대화가 떠오르는데 크리스의 대사 중 이런게 있었죠.

"The sun rises and sets for her"

  크리스와 그의 아내와의 관계를 보여준 것들을 보면, 닐과 크리스 대원들이 일단 한탕한 후 크리스는 그 돈을 슈퍼볼과 카지노로 대부분 날리고 집에 돌아오죠. 크리스가 집에 있는 아내보고 처음 하는 말이 '당신은 언제나 날 흥분시켜'라며 뒷목에 키스를 하죠. 요고 1점. 그리고는 돈을 건네는데 아내가 보기에 돈이 적으니 아내가 '이게 다야?' 하고 싸움은 시작됩니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진보할 수 없는 도박쟁이 어린애와 산다며 화를 내고 크리스는 욕을 하고 집기 몇개를 부수며 집을 나서서 닐의 집으로 간 것이죠. 다음 날, 닐의 집에서, 닐은 크리스에게 바람 상대가 있냐 묻고, 그 아내에게 바람 상대가 있냐고 묻죠. 크리스는 정기적 관계는 없다고 하고, 아내에게도 없다고 단언하죠. 닐이 한 번 더 묻지만 크리스는 아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요게 1점.

  여기 아내쪽에서 크리스를 보는 시점을 추가하자면, 아내는 떡치는 놈이 한 명 있어요. 그냥 쪼랩같은 애인데 쪼렙같으니까 만나는거죠. 남편이 너무 거치니까. 아무튼, 그녀는 나중에 경찰에게 잡혀 남편 크리스를 체포할 수 있게 협조를 요구당하는데, 크리스가 차를 타고 오면 창밖에 나가 반기며 건물 안으로 유도하는 임무가 부여됩니다.

  크리스가 차를 타고 오고, 테라스에 나와있는 부인을 봅니다. 눈이 마주치고 크리스는 총맞은 몸이지만 햇살같은 미소를 보여주죠. 요거 1점. 그러나 부인은 맞아 웃지 않고 몰래 손으로 가라는 제스쳐를 취해 크리스를 도망칠 수 있게 돕습니다. 요거 1점.


  오늘은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생전교류는 없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결혼식 중에 가장 집에가고 싶었던 결혼식이었어요. 무슨 무슨 교장선상님께서 주례를 보셨는데 역시나 현실과는 관련없는 꿈속의 대화같은 말들 뿐이었고, 음식은 맛없어서 그냥 일찍 와버렸죠. 이런 결혼식을 해야 하나, 아니 결혼이란 호모사피엔스 짝짓기에 대한 최근 1세기 간의 대안(세부적인 요소의 형태가 현재의 모습을 갖춘)으로서의 제도에 얼마간 순응할 것이냐란 생각만 하다 왔어요.



근데, the Sun rises and sets for her 라면,


해야죠.

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국경의 밤

  겨울 날씨라고 할 순 없지만, 오랜만에 비가 내려 쌀쌀하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이것 저것 껴입어 가슴을 따뜻하게 하기엔 이른 그런, 가슴이 추운 날씨다. 얼마 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전 여자친구라고 해버리긴 너무 가벼운, 많은 걸 같이 했던 사람을 만나기로 한다.

  옷을 고르다 밤으로 가는 날씨를 생각 해서 스웨터를 꺼내 들었다가 그녀와 만나던 때에 자주 입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집어넣고 별로 두껍지 않은 새로 산 블루종을 걸치고 나간다. 종로 3가, 꾸미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그런 마음으로 포장마차에 들어가 그녀도 배부르다기에 기본으로 나온 오뎅탕에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급할 것도 없이, 건배 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한 잔, 한 잔을 현재도 미래도 묻지 않고 지난 날의 얘기나 이따금씩 꺼내며 조용히 기울이고 있노라니 움츠렀던 가슴과 몸을 감싸고 있던 팔이 풀리고 조금의 긴장도 없어진 웃음이 나의 얼굴에,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서린다.

  불 같이 화냈던 일, 거짓말과 질투로 얼룩진 날들이 몇 년 지났다고 젊은 날의 치기였다는 듯이 담담한 말투로, 헤어지고 나서 이것 저것 바쁘게 지내다 보니 금세 잊었다고 생각 했는데 갑자기 네가 방귀 뀌었던 일이 생각나서 혼자 길 걷다가 미친놈처럼 웃었었다고. 그녀도 맞장구 치며 나도 내가 네 코에 손 집어 넣었다가 입에 넣었을 때 네 표정이 갑자기 생각나서 웃었다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웃음들로 소주 네 병을 비워가다가,

  '이걸로 됐다. 웃을 수 있어서 됐고, 너도 기억해 주어서 됐다' 라고 생각하며 포장마차를 나와 걷는다. 옆에 걷고 있는 사람과 나의 모습을 영화 처럼 되새겨 본다. 문득 그녀가 '불안한 세상속에서 너라는 희망을 품었던게 욕심이었단걸 알았다'고 한다. 말이 끝나고도 한참을 한 발 한 발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걷다가, 택시를 잡고 그녀를 먼저 태운다.

  내가 뒤따라 타서, 기사님한테 내가 사는 곳을 얘기한다. 나를 돌아보며 웃는 그녀의 미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도 눈으로 그 무게감을 아직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집에 들어와 잭 다니엘을 마신다. 방에 들어오니 나른하고 취하지만 말이 많아지지 않는다. 그녀도 말이 없다. 방 안엔 이루마의 피아노 소리만 울려 퍼지고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과 공기를 채운 음악과 식도를 내려가는 위스키의 따뜻함에 감사하며. 그동안 고마웠던 마음, 미안했던 마음, 미웠던 마음,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다시 만나면 절대 행복하지 않을거라고 계산했던 나, 그런 생각을 똑같이 해왔던 그녀. 침대보다 뜨끈한 바닥이 좋다며 누운 그녀 옆에 나란히 눕는다.

  그렇게 나갔을 때 옷을 그대로 입은채 잠든 그녀를 보다가, 1년 365일을 발정난 개처럼 살아가는 남자라도 오늘은 어른이라며 스스로 뿌듯함에 미소를 짓다가, 이불을 덮어 주고 그녀를 안고 잠들고 싶다.

2011년 10월 9일 일요일

나꼼수 콘서트 I

  김조선은 나 꼼수 콘서트 예매에 성공한다. 콘서트 예매란건 해 본 적도 주변에 하는 친구놈도 없는 그는 동방신기 콘서트가 매진되는 광경에 빗대어지는 그 거사를 10분에 걸친 새로고침을 하는 집념 하나로 운좋게 서민석을 그것도 앞에서 네번째 줄 가운데 자리 두 개를 겟.

  주변에 나꼼수 듣는 사람은 많은데 다 남자라 그 중 한 명에게 깨끗하지도 못하게 시혜적인 손길을 뻗어 냄새나는 수컷놈과 거기서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그는 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운좋은 적도 일생 통털어 두 번정도 인데, 그 중 하나는 초 1때 초코파이 먹고 응모해서 미니 RC카 받은게 전부다. 이런 호기를 일상으로 돌리기엔 너무 아깝다. 그는 고민했다.

  이런 티켓을 미끼로 여자 구걸하는거 씨바 완벽한 찌질인증인데,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란 깃발을 밧들고 그는 당당히 정봉주와 미래 권력들 홈페이지게 가입한다. 염치 불구 나이까고 대놓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 사람중에 여자만 구한다. 온라인에 오크 우글거리는거, 거울을 보면 딱히 비난할 수도 없는건데 어디서 배운건지 하면 된다. 안되면 말고. 씨바. 정신으로 그렇게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한 시간마다 메일을 확인하던, 그런 날들이 삼일 째.

  그렇게 메일이 왔다! 이멜 주소가 vermouth***@ddanzis.com인걸 보니 뭔가 향기로운게 느껴지는게 벌써 코가 벌렁거리고 꼬추가 꿈틀꿈틀한다. 수 십번 확인했던 메일인데 막상 오니까 담담한 표정으로 바로 눌러 확인. 이히힝.


 "나 꼼수 같이 가요 ^^* 나이도 제가 두 살 어리고 저도 꼭 가고 싶었는데 예매를 못해서 계속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ㅠㅠ 메일 보내시는 분 많을 것 같아요 힝 ㅠㅠ 저 뽑아주세요 ㅠㅠ"


  그는 갑자기 이걸 미니 RC카의 행운과 비교했던걸 취소하고 자랑스런 수컷의 웃음을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리고 일단, 메일은 졸라 왔으나 당신이 따뜻한 말투가 기억에 남아 초이스 했단걸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짜길 시작한다. 일단 공연날 처음 만나면 말도 못 섞고 공연만 보고 이 여자 먹튀할 수도 있단 가능성을 염두에 둔 그는, 일단 공연날인 30일 전날 식사를 한 번 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반갑습니다. vermouth 님! 메일은 많이 왔는데 님께서 7번째로 메일을 주셔서 뭔가 행운이 있을것 같아서 연락 드립니다. 그리고 공연날 처음 만나면 좀 어색할것 같은데, 이번 주 금요일 저녁때 저녁 같이 드실 시간 되세요?"


  아, 이거 누가봐도 공손하며 적당히 예의바르고 적당히 쿨한 남자의 워딩이 아닐 수 없다라고 스스로 감탄하며 메일 보내기를 누른 김조선은 최근 정발된 럭희스트라이크를 한 대 꼬나물고 만족스러운 흡연을 마치는데, 이메일 푸시 알람이 온다!


 "꺄아~~~!! 고맙습니다!! 와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어요! *^^* 토요일에 피티 면접이 있어서 금요일에 준비하려고 했는데 그냥 친구한테 맡겼어요! 금요일에 뵈요. 장소는.. 아! 근데 어디 사세요?? ^^?"


아, 이 귀여움, 적극성. 피티 면접이 뭔진 모르겠지만, 대학생이나 취준생인가 보네. 상큼하다. 아 상큼해. 나는 메일 답장 좀 텀을 줘야지. 하!하!하! 라고 생각하고 김조선은 신나게 아이패드를 닫는다.

컨페션. 씨바.

어우 씨팔 여섯시가 다 되어가는데 잠이 안와!!!

  14세 살아가는 인생이니 뭐니 자기 객관화 안되고 자아로 리비도로 수렴만 하는 글 쓰며 에헴 하는 순 자폐아 같은 짓 안하고 나도 똥글좀 싸질러 보자.

  수컷으로 태어나 어디 자지 넣을 데 없을까봐 수컷중에 수컷 되겠다고 옆도 뒤도 안돌아보고 존나 뛰다보니 자아 성찰이 덜 됐어. 당연히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 파악이란 통찰은 결여되었지. 아, 이제서야 이거 인정한다. 다행이다. 씨바. 앞으론 부끄러울 일 없어질거니까.

  그렇게 뛰는 도중엔 제한된 활자로만 세상을 봐 오다보니 쫄아서 수도승 마냥 자지를 억눌렀었지. 내가 이슬람 국가에 태어났으면 인생이 달랐겠지. 자지 누르는 방법이 아주 체계화 되어있어 뒤질 때 까지 아주 잘 억압 했을지도 몰라. 아무튼 그 '자제'가 이게 뭐 훈련소에서 파상풍 주사라고 되도 않는 공갈치며 놓는 성욕감퇴제 처럼 잘 작동해서 숭고한 죄의식과 함께 시간을 달려 왔는데 모든 억압이 그렇듯이 터졌지. 터졌어. 시기 적절한 타이밍에 터짐. 근데 문제는 터지고도 죄의식이랑 한참 싸웠어. 오래. 그래서 성욕과 죄의식 연결해 놓은 성경을 철썩 같이 믿었어. 씨바.

  그 다음에 내가 싸운 골리앗은 상상 속의 수컷들이었어. 사회 룰이나 기득권, 대부분 수컷들이 정하고 가지고 있는거 맞아. 내가 한 거 아니지만 뭐 이런 저런 생물학 이론을 생각해 보면은 결국 그것도 나야. 그렇다고 안타까워 하는것도 웃기고 결국 무슨 말을 하든 성차별적 발언 되버려 씨바. 하지만 인간 한 생물 종으로 보면 수컷이 불쌍한 점이 많아. 원래 나쁜 놈들이 좀 불쌍하잖아. 그 중에 하나가 경쟁에서 밀리면 꼬추 들이밀 곳이 없고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거지. 일찍 죽어요. 우두머리 한테 암컷 다 빼앗기고 구석에서 눈치보는 쪼렙 원숭이 나오는 다큐 보면 눈물이 나요. 왜 나지?

  그래서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수컷들이 종교 교리랑 일부일처제 만들었는데 완전경쟁시장에 가격 상한 걸어놓으면 암시장 생기잖아. 일부러 1:1 짝짓기 하라고 해 놔도 할수 있는 자는 알아서 구하지. 김정일은 시스템을 세습 받아 정자 뿌리고 있잖아. 아빠라고 부를 수 없는 재벌 총수를 둔 새끼들이 한 둘이겠어? 더 나아가서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김정일 꼬추 빼고 내 꼬추 넣을 수 있는 놈 있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재벌 꼬추빼고 내 꼬추 넣을 수 있는 놈 없을거란 얘기지.

  요거 종합하면 뭐냐, 청순하고 귀여우며 밤엔 섹시하기 까지 한 나의 비너스 내 여친 내 사랑은 당신 뿐이요 하는 순간! 순정한 그녀를 이 열린사회와 그 적들 이 아니고 열린 사회에 내 놓는 것 자체가 두려워 지잖아. 너나 나나 이 글 읽고 있으면 쪼렙이니깐. 그래서 그 있지도 않은 우두머리 수컷이랑 싸워. 이거 귀신이랑 신이랑 당신 머릿속에나 있는 로직과 같다. 그런거 신경쓰느라 에너지 소비하는 거 매우 큰 낭비다. 요렇게 판단하고 내 머릿속에서 신을 없앴던 것 처럼 싸워서 눕혀 놨지. 그것만 2년 쯤 걸렸나.

  근데 아직도 한참 남은거지. 다른 일들이 많아. 내가 언제 화내는지 왜 화내는지도 모르고 분명히 뒤가 찝찝한데 왜 화낸건지 변명이나 찾고 있고 이유를 찾지 않아. 아직도 내가 선택 해 놓고도 뭐 안되면 남탓 하려 하고. 눕혀 놓은 그 새끼가 슬금 슬금 일어서면 야 내가 우두머리다 새꺄 라는 사기꾼적인 방법으로 다시 눕히고 말야. 내가 꿈이 있고 그거 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라는 일이 있는데, 또는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그 일은 손도 안대고 있어요. 지금에 와선 그냥 허영이었던것 같아. 상상이 행복한 말그대로 꿈. 목표가 아니고.

  그래서, 꿈이 아닌 목표를 세웠어. 왕이 되기로. 난 왕이 될꺼야. 얼마나 구체적이야. 아 아름다워라. 이를테면 해적왕이 되기로 한 루피와 부분적으로 경쟁자라고 볼 수 있지. 루피 아름답잖아. 아름다운 새끼 고딩때 짐승이었던 날 눈물나게 했지.

  왕이 되기로 하고 가장 크게 바뀐게 바로 스스로 억압하는 일 그만하겠다는 결심이 생겼단 거야. 내가 내 팔에 파상풍 주사를 놓을 순 없지. 그거 맞고선 정말 딱 4주간 아침에 꼬추가 안섰어. 무서운 약이야. 인간은 대단해 그런것도 만들고.

  아, 솔로 되고 나자마자 존나 아름답게 야동 트래커에서 프리리치를 선사하사, 야동 100기가 되고 새우깡도 아닌데 컨디션이고 뭐고 손이가고 마우스가 가는데 이런거,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 내가 머리는 짧아도 스님은 아니잖아. 엄마가 해도 된다고 한건 아닌데 하지 말라고도 안했어.


근데 강남 헬스클럽 S급 트레이너 할라면 어케함?

2011년 10월 4일 화요일

삼겹살? 삼겹살!

밤 열두시에는 삼겹살



난 혼자사니까

나중에 더 구워먹음

칼스버그 짱

2011년 10월 2일 일요일

새벽, 추움, 딜레마.

현재 체감온도 섭씨 8도.

솔로가 되자마자 날씨가 냉장고다.

최근 한 달간은 이시간에 항상 자고 있었다.

잠들고 싶다.

마신 술의 총량이 얼마 되지않아 그런지 모른다.

생맥주 500, 이과두주 1/2병, 카스 한 병, 기네스 1파인트, 맥스 640ml

이것도 천천히 먹었으니 DJ 쿠의 디제잉에 맞춰 춤이라도 출 상태다.

안졸려.

글렌피딕 15년산이 생겼어.

저거 마시면 돼.

서너잔이면 곤히 잠들 수 있어.

근데 서너잔 먹고 잠들기 전 그 시간에 내가 뭔짓을 할 지 몰라.

도가니, 2011 by 황동혁


역시 영화관에 가는 일은 용기를 요구한다. 아트레온은 광고가 없다는 걸 잊고 정시에 들어갔는데 내 자리에 연인이 앉아있어서 그냥 그 뒤에 앉았다.  역시나 영화가 시작되고 5분쯤 지나서 아줌마가 일행 한 분과 동행하고 내 어깨를 치며,
"여기 자리 맞으세요?"
"영화 시작했는데 아무곳이나 앉으시지요."
"안돼요 여기 우리 자린데."
기준은 없다. 난 연인에게 나의 자리를 요구했고 결국 너덧명이 엉덩이를 들었다. 나만 아무데나 앉아버려도 될 만큼 자리는 많았지만 조금 못마땅한 마음에 그리하여버렸다. 
다행히 연출이 여타 한국영화보단 질질 끌지 않아서 금세 잊었지만 일반적인 극장예절이란게 생기는, 아니 영화 보러 온 사람들 일반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생각하는 날은 오지않는 걸까? 

  공유의 눈 빛이 참 좋다. 그리고 연출은 그걸 과다사용 했다. 비슷하게 병역을 마친 미남배우 천정명이 생각 나는데, 공유가 더 많이 좋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장하는 인격이다. 
  영화 내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했다. 친구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지점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장면이 불편하기 보단 답답하고 인상을 쓰게 했다. 이는 공유를 소극적 관찰자로 둔 것이 크게 관여 했는데 좋은 스탠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그래서 공유가 박선생의 머리통을 화분으로 내려칠 때에도 통쾌하지 않은 것이다.
  영화 내내 눈에 눈물을 깔고 있었는데,일종의 책임감같은 것과 이 정글 안에서 나는 어떤 놈이될 수 있나에 대한 고민때문이었다. 긴 정적 테이크에서 마이너 코드 연주곡이 안 깔려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울었을텐데 아쉽다. 
  먼저 일종의 책임감이란, 이 이야기는 저 멀리 무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한국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란데서 시작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뭉뚱그려 매커니즘이 같다는 의미도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성적 비행이란것, 나도 지나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쳤을 장애인에 대한 학대. 그건 무진이 아닌 어디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훌륭한 인격의 사람이 사회와는 독립적으로 순수하게 개인의 역량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듯, 동등한 사람으로서 대우 받지 못하는 일도 단순히 장애가 있고 개인이 주체성이 없어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이다. 눈 감았던 내가 싫었다. 
  또 다른 씁쓸함은 이 정글 안에서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건 둘채 치고라도 앞으로 이겨서 많이 가짐으로써 불안을 극복할 건지, 다른 사람과 모두 연결 되어있단 사실을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며 살아갈 건지 내가 대체 어떤 놈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꼈다. 태어나서 20여년간 나는 세상이 싸워이겨나가야 할 대상인줄 알았다. 나의 환경이 황무지같아서 이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암흑처럼 두려워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달리다가 거대한 사회를 눈 앞에 맞닥드리고는, 고민했다. 톱니바퀴에 끼어 돌이길 뿐인 주체성없는 나를 보았다. 대학에 가고 젊어서 가진것도 없고 집에서 어머니가 등골 빠지게 일해서 보내주시는 돈을 받아 편하게 앉아 책을 읽으니 사회가 넓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런건 인류 진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심했다 나의 진보성은 지적허영과 어설픈 연민에서 비롯된 가짜일수도 있다고. 지금 내가 믿는 것들이 나로부터 등을 돌리는 순간 나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을 받아들이고 모든이들을 타자화하며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일 뿐인 세상이었다고 인간 이성은 가식이었다고 다른 사람들의 살을 뜯어먹고 피를 받아마시며 더 강해지길 바랄지도 모른다고. 
  얼마 전 부터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좋은 사람이 되는것' 또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이라고 대답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유가 "여기서 이 아이 손을 놓으면 나 소리한테도 좋은 아빠될 자신 없어." 라는 대사가 머리를 맴돈다. 그 말이야말로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가치다. 9살짜리 아이가 - 그 아이가 여자든 남자든 장애인이든 - 노출 되어있는 사회란 곳이, 나의 아이는 배타적으로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은 생각이란걸 깨우쳐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 일부 사회에선 누가 부모든 상관없이 공동양육을한다. 내가 10살짜리 아이가 나보다 힘이 약하다고 패버리면, 그런 가치관이 용인되는 사회라면 어디선가 내 아이를 패고 있어도 용인할수 밖에 없어야 한다. 
  우습고 순진하고 낭만적인가? 여전히 나는 신을 부정하고 미신을 멸시한다. 우연의 연속에서 의미있는 고리를 찾으려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도 연민한다.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난다. Magnolia에 나오는 'It did happen'이다. 어이없게 연결되는 그래서 인과응보다라고 교훈삼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 사건들이 상관 관계가 있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보자. 지금 아이패드에 글을 쓰고있는데 내가 이 아이패드만한 면적에 1픽셀의 점을 하나 찍고나서, 아이패드의 그 픽셀을 향해 다트를 던져서 맞출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아니 확률이란것을 좀 더 생각하면 무한에 가까운 시도도 픽셀을 정확히 맞출 순 없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제로라고 하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내가 애초에 하필이면 그 픽셀을 찍을 수 있었던 가능성은 무엇인가?
  불안과 욕심은 그 것을 막거나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을 줄어들게 함으로써만 채워진다.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넓게 볼 수 있다. 한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