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3일 목요일

정말로 오래간만에 - 1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날으는 꿈 말입니다

나는 아직 재미없고 현실에 찌든 어른이 아닌가 봅니다!

오늘의 원래 계획은 8시에 일어나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었는데

꾸물대다가 꾼 이 꿈때문에 늦잠이 아주 가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꿈이 얼마나 좋았는지 일어나서 와퍼셋을 먹고 도넛을 사가지고 들어온 시간에도

생생하게는 아니지만, 아직 기억이 나네요!



중소도시의 어느 학교, 학교 주변에는 꽤 도시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으나,

논과 밭 사이를 걸어 와 등교하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라고 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이들이 너무 많고

대학교라고 하기에는 이렇게 모두 아는 사람들 50명정도가 같이 수업을 듣는 일은 없으므로

알 수 없는 공간에 교실의 분위기가 흐른다.

수업인지 게임인지 확실하지 않은 개념의 것이 시작되는데,

규칙은 이러하다

사람을 편의상 50명이라고 하면, 총 8회에 걸쳐서 각자 자신 또는 49명의 다른 사람이 된다.

매 회의 시작은 50명이 모두 동시에 7~8개의 알약을 삼킴으로써 시작된다.

설명은 이게 전부였다.

우리 손엔 이미 알약이 쥐여 있었고

시작음도 없는데 모두 동시에 약을 삼켰다.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고 잠깐 졸았던 느낌으로 일어나서 창문에 반쯤 반사된 얼굴을 확인한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놈의 얼굴이다

젠장.

그런데 규칙이 하나 더 나온다.

소위 선생이란 놈인데 별로 그냥 눌러주고 싶은 놈이 나와서 진행을 한다.

8회에 걸쳐서 게임을 하고 나서 8번째로 바뀐 자신의 모습이 원래의 자신이든 아니든 간에

나머지 49명의 여론이 자신의 본모습을 짐작해 내면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게임에서 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냥 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흠, 처음부터 마음에 안드는 놈이니 좀 어렵겠군'

하고 교실은 그저 평소와 같았다.

누가봐도 그냥 다를 게 없는 교실이다.

원래 사귀던 아이들은 복도에서 손을 잡고 다니고

원래 끼리끼리 놀던 아이들도 그대로 였다.

바뀌어버린 그녀석(A)이 어떤놈인지 나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 혼자 서성이다가

사람들이 없는 계단을 오르는데 별안간 내 쪽으로 걸어오던 여자아이(B)가 내 품에 안긴다

나는 차렷을 하고 있었는데 와락하는 순간도 짧았지만 내가 A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8회동안 이렇게 다른 여자아이들을 안으며 여론을 속일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되어

팔을 벌려 감싸안아주었다.

그리고 창가에 걸터 앉아 잠시 얘길 나누고

정해진 시간은 없었는데 (꿈 내내 '시계'는 없었다) 어느새 다시 교실에 모두 모여

두 번째로 가면을 쓸 차례가 되었다.

7~8개나 되는 여러종류의 알약을 한 꺼번에 삼키는 것은 불쾌한 일인데, 다들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젠장 꽤 아웃사이더인 놈이 되어버렸다

'난 왜 이모양인 애들만 되는걸까'

란 생각에 또 혼자서 복도로 걸어나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그때까지는 가면처럼 얼굴만 바뀌는 줄알았다)

몸체는 왜소해 보일만큼 작은데 각이 좀 서 있어서 상의를 벗어보니

아주 균형있는 근육의 구성이었다! (이제부턴 스파이더맨)

손바닥을 살피니 미세한 갈고리들이 튀어나왔고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 보니 하체의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다

'하하, 악역이다!'

바로 창문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있던 층의 창틀에 거미줄을 쏴서 잡은 후 진자 처럼

아래 층 창문으로 뛰어들어 갔다

'와우 스파이더맨은 정말 재밌는 것이군'

그리고는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자아이를 잡아다가 건물 뒤편에 있는 3미터 쯤 되는 작은 나무에

거미줄로 친친감아서 번데기를 만들어놓았다

작업은 몰래 이루어 졌지만, 유유히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등뒤로 누군가가 그 여자아일 구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롤플레잉이니까.

그렇게 게임은 흥미진진 해지고 있었는데,

세 번째 약을 먹을 때 부턴가는 무법자 천성이 나온다

아, 7~8개의 약을 8회나 먹으면 이 약물이 뭐로 이루어졌든 간에 건강에 상당히 안좋을 것이다

다들 말안하고 온순하게 잘 먹으니 나 혼자 안먹는 것이 티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내'가 두 명이 되는 것인데, 8회에 걸쳐 들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니까 이건 어차피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게임이다.

그렇게 먹는 척을 하고 유유히 '내'가 '내'가 아니란 생각에 몰입했다.

세 번째 접어드니까 슬슬 나란 사람에 대해서도 헷갈리기 시작했는데,

그 증거가 내가 사귀는 아이가 교실에 있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1회때 내가 안았던 아이보다 예쁜 '나'의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무슨 짓을 했을 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니 아주 잠깐 화가 치밀었다가, 어차피 인생이 전체적으로는 이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금세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활개를 칠 시간이다.

걸상을 박차고 일어서려 하는데, 갑자기 몇몇의 시선이 나한테 주목된다.

빌어먹을

들켰군

나는 얼른 왼손에 쥐여진 약들을 입에 털어 넣으려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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