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일 수요일

이상한 곤충

나의 몸은 머리, 가슴, 배, 다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머리는 아시다시피 지능이랄게 별로 없어서 배가 음식을 먹고 싶어 해서

다리에게 다가가자고 하고서 다가갔는데 음식의 주인이 날 죽이려고 손을 내쳐오면

다시 다리에게 도망치라고 명령해서 멀리 달아 났다가도

다시 생각하지도 않고 다리에게 음식쪽으로 가자고 해요

아주 다행인 일은,

이렇게 음식 쪽으로 갔다가 도망쳤다가를 반복하면은

음식의 주인은 보통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시도에서 이제 질렸는지

그냥 음식을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나는 굶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내가 즉, 이 생각하는 머리가 다리는 물론이고 가슴과 배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 저, 그러니까 이 머리가 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건 겉보기에는 다리가 자판을 누르고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다리가 말을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요

문제는 여기서 생겨요

나, 즉 이 머리의 생각을 말하려고 하는데 가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머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다리가 움직이거든요

하지만 이미 말씀드렸듯이 다리가 없이는 음식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자고 헤어질 수가 없어요

가슴이랑 배는 보통때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지만 이들 얘기까지 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 집니다

다리는 가슴이랑 배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가슴도 마찬가지에요 그 치는 배랑 다리가 모두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줄 안다니까요

배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짊어진 듯 괴롭답니다


예를 들면 그제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요

배가 음식을 넣어달라고 해서 다리한테 식빵쪽으로 가자고 부탁했는데 어쩐 일인지 가슴이 숨을 쉬지 않아서

다리가 움직일 수 없다는 거에요

가슴한테 왜 그러냐고 묻자 아무말도 없는데 다리랑 배는 계속 나보고만 뭐라고 했어요

정신이 계속 희미해지는데 아무도 내 상황을 알아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슴한테 부드러운 말투로 그때 왜 그랬니 라고 묻자

영양분이 부족해서 그랬다지 뭡니까

그래서 그 후로는 배가 음식을 넣어달라기 전에 미리 미리 음식에 가까이 가요

사람들은 나를 먹을 것만 아는 미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가끔 배가 투정부리면서 음식을 뱉어내서 구토를 하긴 하지만 그제 일보다는 괜찮아요


세상에, 내가 이렇게 투덜거리는걸 들어 줄 사람은 당신 밖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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