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6일 토요일

色,戒 - 李安 (Lust, Caution by Lee Ang)

 

 

마빡이 참 예쁜 탕웨이

 

 

 

극중과는 다르게

 

다비치 노래잘하는 사람을 닮은 이 타이타이

 

 

 

 

 

 

This arcitle contains SPOILERS

 

색, 계 - 극한의 상황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이 것은 에로티시즘 영화제란 테마로 묶기에도 넘치고, 제임스 본드에게 에스턴 마틴과 오메가가 주어지 듯 (결국은 필연적으로) 함께 주어지는 본드걸과의 자연스러운 츄베릅 츄베릅보다 세밀한 감정들이 팽팽하게 짜여져 있다.

 

  군인으로서 짐승 상태일때 그저 언제 벗나를 기다리다 미세한 것들을 다 흘려버린 2007년과는 많이 달랐다. 영화는 날카로운 눈빛의 셰퍼드의 시선과 함께 시작한다. 색이라 해석될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셰퍼드라는 군견의 특성과 틸트업 되어 이어지는 경비병의 시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경계란 것을 알 수 있다.

 

  경계다. 영화의 지배적인 인상은 경계태세다. 그 긴장감은 분명 막부인(탕웨이)의 죽음 또는 이장군(양조위)의 죽음으로 결말 나게 될 목숨이 걸린 긴장감이지만, 이 영화가 감히 멜로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긴장감은 우리가 누구나 느껴봤을 만한 긴장감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믿음. 상대방의 마음이 나를 향해 있다는 그 확실한 단서를 찾기 위해 우리도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지 않는가. 요컨대 그 단서가 제로인데 성교하면 강간이 되는 것이요, 단서가 충분한데 아무런 행동이 없으면 목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제로와 충분함의 판단기준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논의로 타협될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의 문제다.

 

  이장군은 나라를 등지고 일본 점령군의 정보참모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어느누가 다가온다 해도 그것이 그에게는 충분한 단서가 되지 못한다. 고로 그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을 할 수 없다. 동의 안하는 사람의 견해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사랑의 전제는 상호신뢰인 것이다. 이장군이 막부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움직인 때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이부인께 드릴 선물로는 담배를 가져왔는데, 장군님께 드릴 선물은 없네요"

"당신이 돌아온게 선물이오"

 

좀 웃긴데, (중의적의미) 이곳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마음을 여는 단계가 철판과 같은 양조위의 얼굴에서 몇 몇 수위로 존재하지만, 예를들어

 

  첫 데이트에서 레스토랑에서

"전 극장가는 것을 좋아해요. 근데 남편은 극장가는 것을 싫어해서 같이 가 본적이 없어요"

이런 노골적인 대사에

"나도 극장을 가지 않아요. 어두운 곳을 싫어해요."

라고 대답하는 개인적이고 약한 모습

 

  성교장면은 세 번 등장하는데, 첫 장면에선 여전히 경계 가득한 체위에 사정이 없다. 두번 째와 세 번째 장면에서는 사정이 있는데 나의 인식으로는 양조위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너진 곳이 두번째의 정사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것과 더불어 막부인이 온전히 마음을 빼앗긴 것이 세 번째 정사신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정사신에서의 사정은 이장군의 표정 클로즈 업이 더 길고 막부인의 표정도 미간을 찡그린 채로,

"이러다 들키겠어요"

라는 스파이로서의 대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 번째 정사신에서 중간에 막부인이 권총집을 한 번 보는 장면이 있지만, 망설임이 아니라 스파이란 것을 잊겠다라는 느낌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던 떠블 에스 이장군의 눈을 과감히 가려버리고 절정으로 이끈다. '내가 권총집을 봤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말라'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기 보다는 내가 스파이인 것을 보지 말고 나로 봐라. 지금 느껴지는 색으로 나를 봐달라 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그리고 이장군이 절정에 이르러 사정하는 순간의 막부인의 얼굴은 두번째와는 매우 다르게 그저 한 여자가 사정하며 꿈틀거리는 한 남자를 안아주고 있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예쁘게 해석하면 이런데 카메라와 음향기사만 동석한 채 둘이 11일간 폐쇄된 공간에서 찍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점점 좋은거지뭐 젠장)

 

  그리고 배고픈것 같은 인도인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금은방에 올라갈때 막부인 표정이 안좋으니까

"어디 아파?" 라고 아주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이장군은, 다름아닌 막부인이 일본 술집에서 노래할 때 모든 경계를 풀게 된다. 

 

사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부터 나중에 입힌 것 같은 시계 똑딱소리가 크게 울린다. 혹시나 해서 내 기계식 시계 진동인가 귀에 대 보지만 아니다. 참 강하게 입힌 클락틱킹은 막부인이 6캐럿 다이아에 땅 구름 바람 불 마음 - 마음이 흰색 반지였던 듯 - 에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주고 (역시 반지의 힘은 대단하다) 그 인상깊은 양조위의 슈퍼맨 점프를 더욱 인상깊게 해 준다.

 

10시가 되는 종이 울리고 양조위가 흠칫 놀라며 붉은 눈시울로 침대에서 일어서서 막부인이 묵었던 방을 나설때, 그 그림자가 침대를 다시 한 번 돌아볼 때, 나간 후에도 침대의 누운자리의 자국을 조금 끌어주는 것. 그 짧은 시간에 그의 머리를 스쳤을 무장해제의 뜨거운 순간들이 마음 깊이 들어온다.

 

 

무장해제 하니까, 예전에 썼던 글이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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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체로 태어난다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신발을 신고

 

책을 읽고

 

시행 착오로 부터 경험이란 교훈을 얻고

 

그렇게 하나둘씩 보이는 보이지 않는 무기들을 갖게 된다

 

무장해제하면 모두 보잘것 없고 공통점 투성인 사람이지만

 

무기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기까지의 과정에는

 

사람에 따라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시간이 갈수록 원하지 않아도 무기는 많아져서

 

우린 결국 양말을 신은채로 서로를 안게 된다

 

2008.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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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이나 편집, 씨네마토그라피는 나같은 애송이가 뭘 말할 수 있을 만한게 없다.

탕웨이한테 조명이 많이 들어간거? 얕은 심도로 빠르고 정확한 아웃 포커싱, 완벽한 틸팅

그런건 엄청난 기술자들이니까 뭐, 모르겠다. 크레딧에 있는 스탭의 규모를 보고 또 대단.

 

경계태세의 수위로 관객의 호흡을 조절하고 극적인 순간에 붉은 시트위로 뱀처럼 엮인 두 몸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한 미장센으로 표현하여 여기에 대적할 만한 에로티시즘은 없게 되는 것이다.

 

아, 그 옛날 이탈리아인가 어느 지역 화산이 터졌을 때, 이미 대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면하고 마을 사람들이 난교하는 장면을 잘 표현한다면 이보다 강한 에로티시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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