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가 필요했다
몸도 마음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다
언덕 말고 산책로 말고 산이란 곳을 오르는 것은,
기억을 더듬는데에 오래 걸려
마음에게 물어보니 1년도 넘었다고 한다
서울 또는 근교의 산을 찾다가 가장 가까워 발걸음이 간 곳은,
북악산

산행을 마음 먹었을 때의 산은 으레 내 머릿속에는 국립공원 수준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그러한 의미의 산을 바라고 있었던 데에 무리가 있지만,

잘 정돈된 (이런 정돈된 계단길을 원한게 아니었다) 길을 따라 가장 높은 곳 가장 높은 곳
하면서 올랐지만..
스카이 웨이까지의 길은 표지판 그대로 '산책로' 였다
서울시 조망 명소인지 뭔지로 명명된 곳의 조망은

그래, 오전 9시부터 부랴부랴 하느라고 배낭에 카메라를 넣는 걸 깜빡했다
카메라가 아님을 감안 하더라도
볕은 좋았지만, 안개 인지 공해인지 모를 것으로 차단된 가시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조망 명소라기엔
산 밑자락에 키높이 깔창 몇개가 더 필요했다
가는 길, 오는길 모두 그저 길고 긴
도시가 산을 옭아매고 있는 듯한 길 때문에
역시..
'북악산은 좋은 차나 바이크를 타고 드라이브 하는 곳'
그 곳은 여전히 도시였다
그래서,
터벅터벅 정릉쪽으로 내려와
도토리 묵에 막걸리 한 잔 하고
Plan B
수락산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집에서 전철로 20분거리에 다시 버스를 타고 온 곳인데
여긴 산이었다
오전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수락산의 의미는 모르지만, 검색해 보지 않아도 水落山 일 것임이 틀림 없다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서 중간 중간 보이는 산을 이루고 있는 맨둥맨둥 암석들 표면에
물이 타고 흘러내려간 자국들이 조개껍질마냥 부드러워 보기에 좋았다
카메라를 들고 올 것을 이라고 다시 생각했지만, 또
나름 바위산이라서 등산복을 차려입지 않고 오르기 수월하진 않지만,
언제고 가끔 오를 수 있는 산이기 때문에
또는 산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카메라 카메라'하면서 마음을 쓸 일은 없었다
중간에 조용한 산사가 자리하여 있어 별당같은 곳에서 잠시 바나나를 섭취하고 있는 중
다람쥐 친구도 만났다

이걸 찍으려 몇 번이나 살금살금 해야했던지 모르겠다
지난 주 아이폰 카메라로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HD 해상도와 줌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을 왜 안받았을까
아마 더 큰 해상도를 가능하게 해준단게 못 믿어웠단 이유였던가
이젠 배터리도 간당간당한다
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은 알 것이다
산을 오르면 그 산에 대한 느낌이 있다는걸,
마치 그 산이 어떤 사람인냥, 인상이 있다.
한 발 한 발 밟아 오르면서 그 산을 알아가며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생각하면 말이다.
수락산은 등산로가 정상의 해발고도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래서 손으로 바위를 짚어 올라야 할 만큼 큰 경사도 있고
체력만 좋으면 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여름철에 많은 비가 미끄려져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 든다
산을 자주 오르지는 않지만,
산에 오를 때 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다
산행 그 자체가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과
배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꼭 산행을 함께 해 보라는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 생각은 같은 맥락이다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산행은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앞 사람이 손을 내밀어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줄 수는 있어도
정상까지 제 힘으로 오르는 것이 온전한 모습이다
조용히 오르며 생각하여 한 발 한 발을 어떤 곳에 둘지 결정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 수도 있고 발을 계속 잘못 디디면 더 힘들게 오르게 된다
오르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주변을 볼 새도 없이 집중하고 조심해야 하지만,
평탄한 길에서는 주변을 둘러보고 쉬이 걸을 수 있다
오르다 보면 내려오는 사람이 있고 그들에게
정상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정상까지는 어렵습니까?
물어보면 다들 대답이 다르다
전체적으로 큰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중간 중간 급경사와 평지가 있다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다
어려운 산일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젠가 내려와야 하지만, 그 시점은 스스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올라서...
배터리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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