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0일 목요일

꿈 - 하나

그 친구가 이젠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기 보다는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과 같은 기억뿐이다

 

 

누나는 반도를 들고 개울이라기엔 조금 큰 강가로 향했다

 

나와 어머니가 동행했고,

 

실제로 손재주가 없는 누나는 꿈에서는 손쉽게 반도질을 하여

 

수 십여마리의 물고기들을 낚았다

 

두 여자는 그 물고기를 들어 '빵이'같은 이름으로 불렀고

 

나는 그와 같이 생긴 물고기는 본 일이 없다

 

누나는 "이거 튀겨 먹으면 맛있다" 라고 했고

 

어머니는 "나는 여름에 빵이는 안 먹어" 라고 하셨다

 

금세 누나가 빵이를 튀겨 내었고,

 

맛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산란기인지 알이 차 있었는데,

 

그 알은 잘 익지 않았었기 때문에

 

"누나, 좀 더 오래 튀겨야 겠어"

 

라고 하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잡았던 것인지

 

팔팔하게 살아 있는 '빵이'가 아직 20여 마리가 있었고

 

내가 그 것들을 집에 있는 큰 수족관에 넣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그 '빵이'들이 그 새 산란을 하여,

 

백 여마리 정도 되어 보이는 새끼들이 헤엄쳐 다녔다

 

어미 빵이들은 죽어 있거나, 내가 보이게 힘이 없어 보였고

 

나는 떡밥이었는지 붕어 먹이 였는지 가루로 된 것을

 

수족관에 뿌렸다

 

'빵이'들은 미친듯이 달려들어 먹이를 먹다가

 

그 역동성이 가관이라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는데,

 

별안간 빵이 한 마리가 수족관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나는 얼른 그 놈을 손으로 집어 다시 수족관에 넣었다

 

 

 

전화가 왔다

 

그 친구다

 

술에 취한 목소리, 이상한 말을 하고는 그냥 끊어지는 전화

 

어디일까

 

다시 전화를 한다

 

주변의 소음과 대강의 스케쥴을 떠올려 보고서

 

그 친구의 학교 건물임을 짐작하고 출발 했다

 

시끄러운 곳을 찾으니 어렵지 않게 그 친구를 찾을 수 있었고,

 

그녀를 부축 해 나오면서 나는 다시 듣기 싫은 말들을 들어야 했다

 

늦은 시간, 함께 자리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모두 남자였고

 

그들이 술에 취해 나에게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나는 견디기 싫었다

 

나쁜말은 아니었다

 

그저 그런 말들

 

듣는대로 말들을 그냥 지워 버리고,

 

나는 그 친구와 집으로 들어왔다

 

그 친구가 화장실에 가서 씻고 있는데

 

방에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팔의 피부를 찢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어머니, 그건 면도칼로 하셔야죠"

 

"그러니?"

 

"칼이 잘 들어가게 이 가루를 표면에 바른 후에..."

 

책상 서랍을 열어 가루와 면도칼을 꺼낸다

 

"이걸로 그으면 잘 그어지고 세균도 안들어가요"

 

"고맙다"

 

어머니가 방을 나가시고, 그녀가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온다

 

나는 잰걸음으로 수건을 가져와서 그녀 머리에 덥썩 올리고

 

머리의 물기를 빨아들였다

 

그녀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슥슥 비벼서 말리고 있다

 

머리를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수건으로 움켜 쥐어 부드럽게 말리고 있다

 

나는 이 순간이 좋다

 

풍성한 긴 머리 사이로

 

그녀의 이마가 보이고

 

코끝이 보이고

 

그녀가 마신 술이 소주라는걸 쉽게 알 수 있다

 

예쁘고 지친 그녀가 고개를 조금 들어 조금 풀린 눈을 내눈과 맞춘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는 왈칵 쏟아져 나오는 엄청나게 큰 것을

 

참아내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든채로 그렇게 터트려 버렸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구겨지는 얼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도 목구멍으로 나오지 못하는 울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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