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4일 목요일

우물쭈물대다 내 이럴줄 알았지

너무나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유명하고 흔한 것은 이유없이 싫지만, 내가 죽고 납골당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재담은 단지에 나도 그렇게 써 놓고 싶다.

나는 지금 서울대학교 미대 건물번호 52 번과 50 번 사이의
벤치에 앉아있다.

내가 졸업했거나 다니고있는 학교 이외에 가장 많이 방문한 학교인데 올 때마다 붕 뜬 기분이 든다. 짧지만 강렬하고 어떤것은 깨끗하게 지워내고 싶은 일들이 있었던 곳이다.

이 곳에서 수학한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이 남을 가르치거나 지시하거나 남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거나 살아갈테지. 또는 교우들과는 달리 빛을 받지 못해서 평범할 뿐인데 망연자실해가며 사는 이도 있겠고. 서울대=성공이란 등식은 이 나라에서 점점 더 약해져 가겠지만 내 안의 트라우마인지 열등감인지 하는 것은 없어지지 않아 아무것도 아닌 머릿속의 관념은 실제보다 커보이기만 한다.

열등감에 대한 반발심을 이용하려 와 봤는데 되려 숙연해진다. 삶의 무게가 모두 경쟁으로 이루어 진 것 처럼 모두 뼈와 피 살덩이 인데 그 사람이란게 두 명 세 명 백 명 이렇게 모이면 힘과 위세가 수 만배가된다. 거대하고 거대해져서 한 사람으로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규칙이 된다. 찰리 채플린이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보며 정신이 나가는 장면보다는 돌아가는 톱니 사이에 끼어 그저 피가 튀고 살이 찢겨 파괴되는 장면이 더 맞다.

세상이 톱니바퀴란 걸 처음 알았을때, 오히려 나는 나의 욕망과 직접 대면했는지도 모를일이다. 작아진 나는 ( 부정하고 싶지만 ) 곧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정의한 모양 그 규칙 안에서 나는 안전했고 훌륭했다. 프라모델이나 미니어쳐 같은 그 세상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었다. 그 세상 밖의 큰 변화는 알바 아니었다.

근데,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다. 내 안에는 아직도 독이 많이 있어서 가끔은 배를 갈라 이걸 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독이 어디서 난 건지 얼마나 되는지 그간 켜켜이 쌓여 온 시간을 파헤치느니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겠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거나 아니면 톱니바퀴를 부셔보는거 그런 느낌의 일을 말이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에서 잭니콜슨이 수간호사의 목을 졸랐을 때 진심으로 목을 부러트려 죽여주길 바랐다. 결국 추장이 탈출한 그 결말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보다 안타까운 결말을 나는 어떤 이야기에서도 보지 못했다. 내 인생이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 Bon Voy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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