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월요일

당신을 가두겠어요

 

자정 즈음, 집으로 걸어오는 골목길에 새끼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고 동물과 동물의 언어로 그것은 배고

 

프다는 말인것을  알아차렸다. 주차된 승용차 밑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놈은 다 익은 벼의 색깔에 밤

 

색 줄무늬 털을 입은 깡마른 고양이.

 

 

울음 소리로 짐작한 크기보다는 조금 커서 더 안타깝다.  쪼그리고 앉아 손을 내밀었더니, 그래.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고양이

 

근데 물러서는 폭이작다 이 녀석. 많이 배가고프구나. 근데 26년 정도 형인 내가 지금 가진게 없어.

 

참치캔을 사올까 슈퍼에 다녀오면 사라지고 없겠지. 아직 너랑 나 사이란게 그런거니까.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방금 씻은 내 손 아무음식 냄새도 안날텐데 손에 닿을 듯 가까이온다.

 

손을 뻗어 낚아채서 집으로 데리고 가자 그리고 맛있는걸 배터지게 먹여주자.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고양이 고기 먹는 사람? 싸이코 살묘자?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더 의심스러울꺼 같아 그저 바라만 본다.

 

'모양새야 어찌되었건 간에 나는 착한 일을 하는 거니까.'

 

해보지만 이 놈 크기를 보아하니 4개월은 넘었는데 그간 어미젖을 일찍 떼고 떠돌다 영양이 부족해서

 

이리저리 이런 울음소릴 내고 다녔음이 분명하다

 

내 방에 데려가면 그 좁은 우리를 답답해하고 다시 떠돌아다니려고 가출을 하겠지

 

이 놈은 자유를 맛본 녀석이니까

 

 

이 놈 생각하니 괘씸하다.

 

이 깊은 밤에 저렇게 사람마음을 흔들어 놓는 울음소릴 내며 음식을 주면 아무한테나 귀염을 떨겠지

 

내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태어나서 세상이란 그런 것이라고 알고만 살아왔겠지. 이 녀석 생각하니 괘씸하다.


그냥 가버리겠어.

 

 

 

열 걸음도 못 걸어서 뒤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다시 쪼그리고 앉아 있다. 쳇.


 

 

 

 

 

오랜만에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일요일이라 했다고. 그냥 했다고. 사실은 꿈에 당신이 나왔다고.

 

두어번 정도 떠오른 상훈이와 만식이가 이제야 생각나 떠나보낸지 3주가 지나서야 안부를 물었다.

 

"잘 크고 있어요?"

 

 


 

"방생 했다"

"방생 했다"

"방생 했다"

 

두 놈의 얼굴이 머릿속에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조금 화가 나서 대뜸,

"그러면 어떻게 해요! 죽었겠네"


"아니다. 수조에 갇혀 있는게 답답해 보였다. 잘 살게다."


지방 하천에 풀어주었다 하셨다


 

"거기 뭐가 먹을게 있다고 거기에 놔줘요! 죽었겠네.."

 

"아니다 거기 물고기도 많고 물도 깨끗해졌다. 요즘 비가 많이 왔으니 하류로 흘러가다 바다로 갔을거다."

"그거 바닷거북 아니에요!"

 

방생에 관한 어머니의 불교적 세계관에는 불만이 없으나 내게 아무말도 없이 보내버린게 아쉬워

 

세 번이나 죽었겠네를 연발했다

 

 

폭우로 생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바위에 부딪혀 죽어버렸을까

 

일주일 정도는 나도 굶긴적이 있는것 같으니 지금쯤 아사지경에 이르렀을까

 

아니면 금강을 지나 바다근처까지 가는 삶의 여정 동안 렙업을 해서

 

10년 후 대천해수욕장에서 만나게 될까

 

 

그 멍청하면서도 도도한 얼굴과 작지만 날카로운 발톱의 촉감을 떠올려 보았다

 

 

 

 


언젠가 낮에는 제법 큰 놈인데 날 두려워하지 않는 고양이를 마주쳤다

 

온통 검은색에 발끝만 하얀 놈이었는데 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나이도 좀 있어보이는데 떠돌이 생활에 수완이 없어 먹을 것을 잘 못구하는 놈인지 말라가지고

 

나와 눈이 마주친 상태로 내가 다가가도 미동이 없다

 

이 놈 근데 눈빛이 좀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눈에 백내장이 낀 듯 눈동자가 뿌옇다

 

동공도 풀려 있다

 

고양이도 백내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건강한 상태가 100이라면 10정도로 살아가는것 같았다

 

데려갈까

 

하다가 덜컥 두려워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너와 피를 나누지 않았으니 괜찮겠지

 

 

 

 

 

 

물질을 소유하거나 생명체를 가두는 일은 수십 장의 약관을 안 읽고도 동의를 클릭하는 것 만큼 심플하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스스로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게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된다

 

가끔 후회도 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많은 기회들에 우린 쉽게 등을 돌린다

 

그래도 여전히 우린 당신을 너무 갖고 싶다

 

새끼도 낳고 싶다

 

당신은 내게 태양같은 힘을 주니까

 

나는 뭐 그저 그런 사람이지만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니까

 

 

 

당신을 가두겠어요

2010년 8월 20일 금요일

5급 공채와 Subprime Meltdown

by 모르겐 | 2010/08/13 16:30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행정고등고시 선발 이원을 30% 감축하겠다는 발표하자 신림9동 고시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만의 젊은 인재(人材)들이 신림9동에 갖혀 반백수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현행 행시제도는 분명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


by 미스터브랜드 | 2010/08/15 13:37

주요핵심골자는 지금껏 고위직 공무원의 등용문처럼 여겨져왔던 행정고시를 5급 공채시험으로 바꾸고 내년까지는 5급 공채시험으로 70%를 채용하고 나머지 30%는 민간인 전문가를 특채한다는 내용이고 2015년까지 민간인 채용규모를 전체의 50%까지 올리 ...


by 시렌 | 2010/08/14 22:17

그러나 그에 따른 대안으로 나온 로스쿨, 외교아카데미, 이번에 바뀐 행정고시 폐지 등 공무원 채용 제도 변경은 조선시대 사농공상, 고려시대 음서제, 신라시대의 골품제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계급화를 고착시키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


2010년 8월 13일 ... 행정고시라는 명칭은 5급 공무원 채용 시험으로 바뀌고 일반 공채 정원을 줄이는 대신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M.Weber는 관료제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점에서 언급하였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관료제의 특징들이 민주주의와 잘 조화된다는 점이다. 학위가 아닌 경쟁시험을 통한 채용은 사회의 기득권 세력에 의한 관료제 독점을 방지함으로써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완화시켜 준다. 또한 법규의 공정하도고 몰인정적인 적용은 법 앞의 만민평등이라는 민주주의적이상과도 일치할 것이다(Mouzelis,1968:23; Blau,1970:161).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채용에 있어서의 고학력에 대한 요구는 그러한 교육을 받는데 필요한 물질적 수단을 가진 자들을 간접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는 K. Marx가 지적한 초기적 배분의 중요성(initial distribution)을 시사한다. 또한 정의에 대한 공공의 요구는 오히려 훼손될 수도 있다(Mouzelis, 1968:23). 따라서 관료제의 발전이 사회 내에서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저해하고 금권정치적 체제(Plutocatic regime)를 선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재미있는 행정학' , 박경효, p39

 

대한민국도 드디어 미국과 같이 사적부분에서 공적부분으로의 공식적인 길이 열렸다. 기존 개방형 직제(또는 고위공무원단)가 대부분 계약에 의한 것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 쿼터는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지만 정식으로 종신 임용의 길이 열린 것이다(신기하게도 5급으로만). 2015년에 완성될 50:50의 경쟁시험, 서류/면접만으로 이루어지는 선발의 모양을 상상하면서 대학 입학 전형의 내국인/재외국인 또는 유학생전형의 그림이 겹쳐지는 것은 기시감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개방형 직제의 확대는 찬성하지만, 서류와 면접만으로 특히 5급만 채용한다는 것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아서 떠올랐는데,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한 사법적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고, 월스트리트의 수트맨들은 2007년이전 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게 Fed Board of Governors 중 Goldman Sachs 출신이 많아서 그런건 아닌가 의심했던 적이 있다.

 

  A.Smith가 일찍이 [국부론]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선호하는 근거로 든 몇 가지 이유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익 추구의 우월성이다. 물론 사익추구에 가장 적합한 체계가 시장 경쟁 체제인 지에 대해서는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강한 욕구를 채우려는 개개인의 힘이 개인의 사익을 잘 채우는 것은 좋은 일인데, 이 과정에서 소위 해로운 외부효과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 때로는 보이는 ) 악영향을 다른 개인에게 보상 없이 미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심하게는 사익 추구라는 목적에는 당연히 어느정도의 마찰이 있는 것이다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 버리는 수준에 이르면 그건 더 이상 양심이나 상식, 담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사회가 복잡해 지고 다원화 되면서 이러한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범위를 스스로도 명백하게 반성하기 어렵게 되고, 더 마음 편하게 이기적이 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좁은 길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정부관은 매우 이상적일 것이라고 결론을 미리 지어놓고 나중에 학위논문으로 쓸거다.

 

  다음 영상은, 나의 앎의 수준 안에서는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를 가장 간결하고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컨텐츠(?)가 아닌가 한다. Paul Krugman의 인터뷰도 기대하고 봤으나, 일반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학자라는 것은 알겠지만, 날카로운 지적 없이 얼버무리는 말들에는 뼈가 없었다.  

 

 

조무사(釣武士)!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The Limits of Control by Jim Jarmusch

 

일주일에 단 하루 즐기는 휴식, 일요일 구로 CGV엔 '조종의 한계'를 보러 온 열명 남짓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 G열에 앉았는데 나의 눈앞에는 아무도 없다

 

 

꽤 마음에 드는 포스터, 수렴하는 원들이 총열 내부를 상상하게 한다

 

007과는 다르게 조금 틸트 다운 되어 있는 각도가 저격 목표물 을 조준한 듯 위에서 내려다보는데

 

나름의 원칙중 하나로 최소한의 사전정보로 영화에 임한다는 노력하에 상상했던 이야기와는 달랐다

 

아무튼, 마음에 드는 포스터

 

이것도

 

 

그냥 나는 B급 감성의 소유자인가

 

 

 

 

This article contains SPOILERS

 

 

 

짐 자무쉬의 영화는 처음인데, 일요일에 정확히 어울려서 다른 영화들도 극장에서 안틀어주면 찾아가서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은 일단 불러일으켜 놓는다'

 

"아, 영화를 '바라보는' 맛이란 이런 것이구나."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들어간 화장실에서,

새끼들 손잡고 여보 데리고 일요일 오후 씨지비에 와서 '아저씨'를 봤을 아저씨의 손목엔 스와치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되게 행복했다.

 

 

'La Vida No Vale Nada' = "Life is worth nothing"

 

'자신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무덤에 가봐야 한다. 거기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한 줌의 재뿐이라는 것을'

 

'There's no thereshold or center in the universe' 이 문장은 영어로 나온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영화중 여러번 반복되는 말들이다

 

그리고 드물게 세 개 이상의 언어가 (의미가 부여되어) 나오는 영화네.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Lone Man 이라 크레딧에 씌여 있는 주인공은 공항에서 흑인에게 청탁을 받아 스페인으로 가서

 

굉장히 여러번의 지령과 반복적인 물음등을 거쳐 (여기까지가 90분이 넘었던 것 같다 - 총 118분정도)

 

가슴에 성조기 배지를 단 검은 슈트의 백인을 기타 줄로 교살하는데 성공한다

 

내용은 이게 전부

 

 

 

 

본인이 소위 회화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데 돈을 지불하게 된 때는 회화 감상법, 조각 감상법, 그림같은 세상 이런 친절한 책들을 뒤지고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욕망했던 50대의 아름다운 여교수님께 조형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듣고 난 이후로서 왜 일찍이 이 정도도 알지 못했나 생각하며 안타까워 했는데,

 

(뭐 여전히 미술관 안간지는 6개월도 넘었습니다만)

 

'미장센이 아름답다 또는 완벽하다', '스틸컷이 사진작품이다' 이러한 느낌과는 별도로

 

'아, 영화가 초기에는 필름이 다 될 때까지, 또는 촬영자가 지겨워질 때까지 찍은 사진들 이었지'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도 찬찬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구나 란걸 느꼈다

 

그리고 그 틀에 짜여진 여정 속에서 차이점을 분석하고 의미를 생각해 보는 일이,

 

요컨대 여정은 이것이다

 

임무와 경로는 Le Boxeur = the boxer 가 적혀 있고 흑인 권투선수가 링위에 있는 그림이 그려진 작은 성냥갑에 든 종이에 적혀 있고 그 내용은 숫자와 영어 알파벳의 암호 (아마 실제론 아무의미 없을게 분명 처음엔 이것도 분석해보려 했으나, 그냥 떡밥이었음 다만 미술관 전시 일련번호는 포함되어 있는듯) 이다.

 

성냥갑과 다음 묵을 방의 열쇠나 기타 등의 물건을 받고 한 두 마디의 지시를 들은 후,

그 즉시 지령이 암호화되어 있는 종이를 확인 후 대기장소에서 시켜놓았던

Dos Espresso in separate cups 중, 주인공 기준 오른쪽에 놓인 에스프레소와 함께 종이를 삼킨다

장소를 옮겨서 다음 접선자를 기다린다

 

이런 과정인데,

 

접선자들의 첫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은 같다

 

"스페인어 못하죠?" 와

 

"혹시 OO에 관심있으세요?"

 

OO은, 차례대로 (기억이 맞다면) 음악, 예술, 섹스, 영화, 과학, 반사(reflection)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의 원칙은, No mobile, No sex, No guns,

 

매일 아침 태극권 비슷한 동작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에 '울라투우(?)' 어느나라말인지 모를 말로 마무리

 

말이 워낙 적게 나오고 반복되니까 그 적은 단서들 중에 의미를 가려내려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오프닝이 Mulhollnd Dr.과 굉장히 비슷해서 소위 간지중심의 영화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아, 전혀 색다른 말하기 방식.

 

위의 요소들 중 '영화'는 틸다 스윈튼이 연기 했는데, 아 이배우 너무 좋아

 

갑자기 돌체&가바나 트렌치 코트에 탐포드 선글라스를 낀 백발의 여자가 3,000원짜리 비닐우산을

 

들고 나타나는데 틸다스윈튼,

 

그녀의 대사를 통해서 짐 자무시의 영화관이 좀 나오는 것 같은데,

 

그건 영화에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이러한 꽤 여러번의 플롯의 반복에 대하야 USA Today 리뷰에서는 관객의 Limit of Control을 시험한다고 혹평했는데, 아마도 후반부에 미쿡인이 죽을 때 한 대사는 "려차 you",

주인공이 한 대사는 "Reality is arbitrary" 이었던것 같습니다.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을 여러번 감상하면서도 그 때마다 달리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 듯이, 거기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의미들이 있기 떄문일 것입니다. 지루하지 않게 카메라도 상당히 색다른 곳에 놓고 찍었는데, 예를 들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의 주인공의 바로 한 단 뒤에 카메라를 내려 놓고 주인공의 발뒷꿈치를 찍으니, 재밌는 화면이 나왔더군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상투적인 화면을 싫어하는 듯 자주 대상을 몰아 넣거나 (crab left, right), 기울여 찍네요. 주인공이 미국인을 살해할 때에만 들고 찍었고 이외에 카메라는 움직임이 매우 적습니다. 주인공이 처음 태극권 할 때는 포커스를 흐트렸고, 첫 호텔(타워)에서 태극권 할 때에만 광각을 썼던 것 같습니다. 미니멀리즘은 추구하나 단조로움은 피하고 싶은 상충하는 욕망의 소유자 짐 자무쉬.

 

 

그 의미들은, 수준 높은 동양철학과도 같이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지만,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은 니오가 너무 신과 같이 묘사되어서 아쉬웠다면, 여기 세계에서의 주인공은 수도승처럼, 3일간 자신을 나무라고 생각한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저격하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저격수와도 같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적확하여 어쩔 수 없는 '물아일체' (사물은 때때로 반사되어서 보이는 모습이 더 실제적이다 - 극중대사), '무아지경'(우주에는 끝도 중심도 없다, 의식은 주관적이다 - 극중대사)의 수준에 도달하여 그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주인공은 청탁자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았네요.

 

이러한 대의(大義)를 이루려면 폰도 섹스도 폭력도 안되는 건가요.

 

 

 

No Limits No Control 

( 크레딧의 맨 마지막에 )

2010년 8월 9일 월요일

첫 월요일

긴장했는지 처음엔 4:15에눈을 떴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에어컨을 틀고 더자기로 했다

 

더 잔게 고작 6시다

긴장이 많이 됐긴됐나보다

알람은 6:30에 맞추었거늘

꿈도 많이꿨다

유쾌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꿈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닦고 세수하기 전의 시야가 맑다

역시 정신력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쌓아올리는 마음가짐의 효과는 대단하다

 

삘래를 걷고 개어놓으면 7시에 가까워질것같아 빨래를 걷으려 6층옥상까지 올라갔지만

아침 이슬로 습한 공기때문인지 눅눅해서 해가 짱짱할 때 다시 올라와 걷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6:40에집을 나서서 6:45에 식당에 도착 했는데

역시 우려한 대로 아침 시간은 7시부터다

무거운 책을 싸들고 나왔기때문에 독서실로 가서 놓고와야지 했는데

이게 왠걸 독서실도 7시부터다

여긴 다 7시부터구나 오늘 너무 오버했네

그렇게 남은 10분을 골목길에 서서 스스로한테 메일을 쓰며 보내기로 했다

2010년 8월 6일 금요일

Super Consumption Era

드디어 이사를 일단락 짓고 샤워를 하고 사랑했던 사브씨를 건전해 보이는 청년에게 쿨하게 넘기고 돌아온 5만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고 오만원권이 생기니 이렇게 몇장 안되는 종이구나라고 생각했으나, 뒷 면 우측 하단의 보라색 50000 글씨의 색깔이 아름다워 다시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이 정도로, '오만원권이 생긴 것은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일이구나'

 

그래도 잠시 큰 현금을 손에 쥐고 부자가 된 느낌에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든든한 순대국밥을 한 그릇 해치우며 '6천원이란 돈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날이 올까' 하는 생각만큼 '순대국밥을 맛없다 생각할 날이 올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살림을 차리고 나면(그랬다면 좋겠지만 동거는 아니고 내방은 '집'이었다)이사라는 것은 엄청난 일이 되어 버린다 간단히 시간으로만 계산하여 짐을 싸는 데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땀을 흘려서 회색 티셔츠는 검은색 티셔츠로 바뀌고, 걸레에서 나는 냄새를 풍겨댔다

 

"요즘엔 빨래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그렇다"

 

반성의 12시간, 나름대로 웅장했던 시스템을 뒤로하고 3평방 미터나 될까하는 공간에 '정말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선택된 11인치 랩탑 앞에 앉게 되었는데,

 

'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초에 이사를 결심하고 이 생각을 했을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중학교 때 한 번에 읽고 고향집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현재 10만원이나 한다는 법정의 무소유다. 나의 염세적인 삶의 태도는 나아져야 할 필요가 있긴 한데, 이 책이 10만원이란 돈과 맞먹게 된게 호모 사피엔스들이 책의 가치를 이전보다 높게 사서 그렇다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되어서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사찰을 옮길 때 챙긴 것은 펜과 비누와 너덜너덜한 승복 뿐이었다' 뭐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더불어 비누하면,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때는 그가 집에서 면도를 하기 위해 고체 비누를 얼굴에 문지르는 것을 본 부인이 그에게 왜 면도용 비누를 쓰지 않고 그 비누로 면도를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이다

 

"삶도 복잡한데 면도하는 비누와 세수하는 비누를 두 개로 나누어 쓰는 것은 지나치게 복잡하다"

 

그래, 나는 일찍이 법정의 경지까지는 미치지 못해도 삶의 단순함과 물욕에 대한 초월이 인간을 더 자유롭게 해 준다는 생각을 좇아 실천하려고 하였다 얼마 전에는 (경제학)고전학파의 교환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삶의 단순도를 변수로 놓고 삶에 관한 항등식을 만들려는 노력을 '잠깐' 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에서 나온 물질이 그 부피를 표준화하자면 우체국 택배 박스 5호 정도의 상자가 20개도 넘게 나왔다 짐을 싣고 차로 서울 시내를 달리던 중에 저 마천루와 S65 AMG, 마세라티 등을 보면서 자꾸만 법정의 이삿짐이 생각났다 2년간 사들여댄 물건들을 하나 하나 손에 집어 보고 반성한 것은,

 

단 한 번도 그 기능을 내보지 못한 물건들

[예를 들면 터틀넥 티셔츠가 1,800무료배송 인 것을 보고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며 그 못생긴걸 아무생각없이 주문하고는 단 한 번도 입지 않음, 타임스퀘어에서 예쁜 아가씨와 데이트 하다가 살살 웃는 얼굴로 부추겨 사버린 도장(식빵에 찍은 후 토스트기에 넣어 구우면 모양이 새겨지는, 토스트 만들어 달랬음.. 므흣)역시 단 한 번도 쓰지 않음]

이 꽤 많았고, 나머지 중에는 '단 한번' 써본 물건들

[예를 들면 요구르트 제조기, 거품기, 비알레띠 모카프레소(불편해서 곧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 예의 터틀넥과 비슷한 운명의 옷가지들]

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12 Monkeys, SIngle Man에서 나왔던게 기억나고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어렵지 않게 나오는 말 중,

'광고가 필요하지도 않은 걸 사게 한다'란 말이 있는데, 이거 흔해서 그냥 무시하는 말이지만 정말 그렇다

역시 굵직한 의미는 흔한 말에 있다 지금 남탓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 선택을 하는 것은 '나'라는 것/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운동 트렌드 중에 X-FIT (cross fit) 이라는 것이 있다

그 문화가 들어온 지 1년이 넘어 가산디지털단지에 공식지부도 있다

모토는 '신체의 기능적인 면을 증진시키는 운동을 하자'이며, Farmer's Walk (양 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걷기) Hammering(무거운 해머로 내려치기), Filpping Tire(대형 트럭의 타이어를 넘기며 나아가기) 등 노동과 운동의 경계를 허무는 스포츠(?)다

 

그렇다. 그렇게 체력이 좋다고 자부했던 고등학교 때도 빌딩 천장 공사 용역을 뛰던 중, 작은 체구의 40또는 50대 아저씨가 정말 '유유히'일하고 계신 것을 보고 눕고 싶었는데,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일해서 작업 반장 아저씨가 나보고 부산에 큰공사 있다고 여관에서 숙식 대줄테니 같이 가자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다른 의미로 마음에 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때 소위 완력과는 뭔가 다른게 있구나 느꼈다.

 

언제부터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름에도 하루에 땀 한방울 안 흘릴 수 있었나

 

지금 차가 없는데 불만은 없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걷고 있으면 좀 짜증이 난다

그러나, 차가 생기면 하루에 1km도 걷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대체 몸은 언제 움직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참으로 밥을 먹는 것은 내 안에서 필요한 것인데 나머지 것들은 나 밖에서 들어와 나로 하여금 그 것을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