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럭저럭 남자로 태어난 것을 다행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약한 사회적 지위라든가 인생의 많은 부분이 천부적 외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 등은 둘째치고
언제나 연기하듯 인생을 살아야하는 것에 대해 '참 성가신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나의 고요의 바다 같은 생활 저 심층에 눈이 없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단걸 알았다.
그는 거대했고 검은 색이었으며 눈이 없이 어슬렁 거리는 그의 헤엄은 무시무시했다.
과거 어느 시점을 떠올리면 근래에 시간이 꽤 빨리 흘러버렸다는 사실에 자주 놀란다.
규칙적인 삶의 리듬 때문인지, 밋밋한 하루하루 때문인지,
어쩌면 시험날이 좀 더 천천히 오길바라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의 하루는 참 간결하다.
06:45 기상
07:00 세면, 양치
07:20 조식
07:45 신문 & 양치
08:00 스터디
11:00 공부
12:00 중식 & 양치
12:30 공부
17:30 석식 & 양치
18:00 공부
20:00 운동
21:30 공부
00:30 귀가
01:00 취침
생활이 좀 안정되면서 다른 여러가지 작은 것들을 비롯하여 가장 최대의 자아 주니어 리비도인 '번뇌'도
얌전하게 쉬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줄넘기를 넘다가 문득 이 물고기가 저 밑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남자인 것이 매우 싫어졌다.
얼마나 소모적인가
얼마나 말도안되는가
그 물고기에겐 눈이 없다.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좁은 어깨, 가는 허리, 긴 머리, 넓은 골반 이 중에 하나만 맞아 떨어져도 아니,
눈없이도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이 이 물고기는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지만 물고기는 그 인간과 뒹굴고 싶어 한다.
여자는 한달에 한 번 정도 하기 싫은 월경을 맞아야 하지만
남자도 한달에 수십번은 하기 싫은 자위를 해야만 이 세상을 점잖게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은 건전지 처럼 소모되는 삶을 대단하다 여기며 언제 어디서나 종족의 번식을 위해
기업이 이윤을 위해 무슨짓이든 하는 것처럼
유전자의 번성을 꿈꾸고 좌절하고 번성을 갈망하고 좌절하길 반복하다 생을 마감한다.
원숭이에서 좀 더 나아지니 제도라는게 생겨서 마음껏 번식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전쟁을 만들고
술과 담배로 번뇌를 달래며 살아간다.
한국 자본주의 동물원에서 자산이 100억 이상인 수컷 호모사피엔스가 아니고서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번뇌와 싸워 이겨야만 평범한 남자로 살아갈 수 있다.
얼마나 멍청하고 불쌍한 존재인가, 남자는.



쉘든 쿠퍼 처럼 되고 싶다
거부 할 수 없다면 즐겨라. 괜찮은 조언이 될까? ㅎㅎ
답글삭제MBC의 어색한 예능 '오늘을 즐겨라'에서 하는 말 같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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