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6일 토요일

2004년 10월 21일 목요일

그는 집도 절도 없었다
하얀 목덜미를 겨냥해 오는 시린 겨울 바람만을 생각하며 같은 곳을 맴돌았다
그는 또한 하늘을 치어다 보고 있었다
눈송이도 그처럼 맴돌다 그를 보고 내려가 앉았다
그의 얼굴에 그의 목덜미에 그의 어깨에 어떤일도 고려하지 않고 나려 앉았다
눈송이는 눈물이 되고 땀이되고
그는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내의 발이 있고
다른 모든 헤메이던 눈들이 녹아있는 대지
그는 쭈그려 앉았다가 무릎을 꿇었다가 배를 깔고 누웠다
귓볼을 대고 따뜻한 것이 움트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이 처음 이었다
그가 누웠는 곳은 지평선이다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와서 열어보게 된 일기장에 이런게 써있었다
무슨 생각과 느낌으로 이런 걸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쓰는 것 처럼 느껴졌다

고향 집에 오면 많은 것들이 간단해 진다
과제 때문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이렇게 쓰고 있지만, 집에는 컴퓨터도 없고
지금 누워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침대도 초등학교 때부터 썼던 침대이고
침대 곁에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다
자동차 소리는 고사하고 사람소리마저 안들리고 5분이상은 걸어나가야 사람들이 다닌다
음식을 만드는데에 쓰는 가전기기 외에는 TV밖에 없어서,
TV를 많이 보지 않는 나는 쉽게 혼자 멍하니 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집안을 돌아다니는 내가 아주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가 눈으로 보는 집안의 모습은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같다
그래서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섞이는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때 여기서 내가 사물을 봤던 방식들이 떠오르면서
그 때의 마음으로 지금을 생각하는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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