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성향
씀씀이란 게
참 변화를 싫어한다.
이젠 공부만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최선이다
라고 생각하여
1월에 과외를 그만 두고
한 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급격히 줄었을 때부터
그동안 돈을 쓰던 버릇 때문에
매월 마지막주는 밥먹기도 빠듯했다
그런데, 어제 밤
오랜만에 일찍 집에와서 레포트를 쓰려는데,
집 주인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앞 민속 주점인데, 잠깐 얼굴좀 보러 나오지"
"네"
나는 바른 청년
그런데 이건뭐
결혼기념일이시고 딸과 아들까지..
고1 아이의 영어 수학을 좀 봐달라시며
기름진 고기와 구수한 막걸리를 대접하시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
때는 맞물려서
한 달 전, 여유로울 때 구매한 Super fi. 3를 극장에 갔다가 불특정 국민에게 선사하고
추울 때나 뛸 때, 잔차 탈 때 애용하던 따뜻한 밸런스의 PX200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날 떠나고
1주일 전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아이폰 번들 이어폰 마저 가출하니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란 자의식을 고쳐먹게 되었다
이제 내게 남은건, 오래전 EX70의 동일 가격대에선 생각할 수 없는 해상도를 기대하며 샀지만
실망만을 남겨서 짐에서 뛸때나 듣는 EX300과
이 큰걸 귀에 어떻게 끼우고 다니는지 10분만 착용해도 귀가 졸라 아픈
국민 이어폰 MX400인데
모두 다 마음에 들지를 않아
Seeko에서 방황하던 중 ER-4s의 소리를 동경하게 된 시간들
집 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시급 2만원이 훌쩍 넘는 보수와
4주 마다 선불의 유혹은
가히 대단했다
나는 다음 주에 바로 ER-4를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오늘 예비군 훈련 교관 아저씨가
"알바는 대학교 1학년 때는 해도 2,3,4학년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직장 취직하는게 나아요"
라고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을 말을 나에게
나를 위해 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개인이 없는 공간 속에서 나는 하루 온종일을 고민했다
과외를 거절 했다
주요한 이유는 단순히 일주일에 5-6시간뿐만 아니라 그로 늘어나는 나의 소비 폭 때문에
그 돈을 쓰느라 더 고민하고 술도 더 마실 수 있게 되고 결국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나는 사실 처음 제안을 받은 순간 직관으로 알 수 있었다
하면 안된다는 것을
근래 종종 이러한 선택의 갈래와 만나게 된다
항상 답은 직관적인 선택이 맞는데 반대의 길에는 항상 적지만 강한 유혹이 날 부른다
직관은 최소한 나중에 후회를 동반하진 않는데,
적고 강한 유혹의 길을 선택하면 어떤식으로든 후회를 하게 되고,
후회를 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다시 체념아닌 정당화를 해버린다.
인생에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거의 없고 왕도란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을 때
답이라고 생각한 것을 묵묵히 해 나가는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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