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5일 토요일

아보카도

노천극장에 사람들이 꽉꽉들어찼다.

나는 혼자갔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 서야 할것 같은

효리 누나가 내 옆 자릴 비짚고 앉았다.

공연은 리허설 인가 생각할 만큼 어설프게 여러 노래들을

진행자도 없이 이어갈 뿐이었다

살갑게 나에게 말을 걸어 온 이효리씨는 안경과 모자를 썼는데 내가 티비에서 본 그런 모습이 이효리라면 이분은 다른 사람이었다.
어쨌든 분위기 정황이 모두 그녀가 이효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와 얘길하고 있는 나를 부러운 눈치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으니 일단 긍정하기로 했다. 화려할 것도 없는 안경을 쓰고 메이크업도 없는 얼굴은 예쁘다 못생겼다기 보다 오히려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친누나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것 저것 얘기하다가 자신의 컴백도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별안간 내 팔을 치며 무대에 용준형이 나왔다고 친분이 있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렇게 신나지도 즐겁지도 않은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런 바게뜨빵 같은 공연에 이런 불편한 스탠드에 앉아서 공연을 보러
저 앞에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가 와 있단다. 그냥 데님셔츠를 입은 백인 아저씨다. 이효리씨가 저 배우보라며 가리켰을때 그는
공연은 야구경기 티비 중계보듯 하고 무언가를 손에 들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그녀가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건강을 챙기는게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세히 보니 이런 저런 과일들을 바꿔가며 먹는데 꽤여러 종류여서 모두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그
과일들이 전부 파스텔톤으로 색이 번져 있고 과육도 뽀송뽀송하게 연해져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되었는지도 모를 상태였다. 그가
들어서 게걸스럽게 먹던 것 중 가장 큰 것은 확실히 아보카도였는데 내가 그걸 알아챌만큼 그를 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그가 뒤를 돌아 보았다. 난 당황했지만 의외로 그가 먹어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내가 의아해하며 그거... 아보카도 맞냐고
묻자, 맞다고 하며 건네 준다. 그가 건네준 것은 껍질이 말끔히 제거되어 있고 반으로 잘 갈라서 씨도 제거한 과육들이 5-6
개쯤 붙어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발효시킨건지 숙성시킨건지 물어보려는데 fermented를 써야할지
matured를 써야할지 모두 이 과일이 변해버린 모양과는 맞지 않는것 같아서 그냥 먹어버렸다. 말도 안되게 가벼웠던 아보카도
뭉치는 말도안되게 향도 약하고 단맛이 많이 났다. 낯설지만 좋은 맛이었다. 그는 내게 아보카도를 건네자마자 다시 이 뒤쪽은
무심해졌다. 이 뭉치의 맛에대해 이효리씨와 이런저런 얘길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뒤에 앉은 의경에게도 이과일을 나누어달라고 그
배우한테 제안해보라고 했다. 그가 귀찮아할것을 알았지만 좋은일이라 생각했다.

그에게 상황을 얘기하자 흔쾌히 또는 별생각 없는 듯이 과일을 건네 주었고 나는 그것을 뒤쪽으로 전해주었다. 별 느낌없는 공연이
끝나갈 때쯤 사람들은 일찍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이효리씨와 얘길난

~ Bon Voy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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