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6일 토요일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또 일주일을 용케 선방하였고, 오늘도 10시까지 스터디를 하고 체육관에 가서,

줄넘기를 하고

섀도우를 하고

샌드백을 치고

턱걸이를 하고

복근운동을 하고

허리 운동을 하고

벤치프레스를 하고

줄넘기를 하고

기분좋게 마트에 가서 피존과 맥주를 사서

한 캔을 두 번에 나누어 꿀꺽꿀꺽 하고는

피존을 먹은건 아니고 (먹어 볼까 생각했었음)

'그래, 한 주 열심히 했어! 예능 하나 다운 받아 보고 푹잔다음 토요일, 일요일도 열공하자'

라고 해 놓고,

믿어지지 않게도

정말 내가 싫게도

4MEN의 '못해'를 듣고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를 듣고

심지어 Zia의 '술 한잔 해요'도 듣는다.



그러면서 이러고 있다.

자고로 술을 의인화 한 가전문학인 '국선생전'을 보면, 술이란 여럿이 모여 즐거움을 더할 때 필요한 것인데,

맥주 캔을 들고 호탕하게 웃으며 뜨형을 보려던 기분이 천근만근 가라앉아 버렸다.


아,

이전에 여수에 여행을 갔을 때, 여수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약주를 한 잔 하셔서

얼굴이 붉은 할아버지께서 옆에 앉아 이래저래 넋두리를 하셨다.

그게 10분이 짧다하고 한참을 강연하셨는데, 처음에는 저렇게 연세가 드신 분이 정치적 견해가 뚜렷하시네

신기했다가도 같은 얘기가 2번, 3번 계속 되자 내 안의 분노가 쌓였고, 열차시간 핑계를 내고 기분이

이미 나쁠대로 나쁜 채 일어섰었다.


나는 어제, 독서실 총무에게 동영상을 여럿이 볼 수 있는 프로젝터 룸이 있느냐고 물어보러 갔었다.

그런건 없었고, 총무는 연신 한 명이 볼 수 있는 PC는 있다고 얘기했다.

그걸로 나란히 앉아서 볼 수는 있다.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한다. 예약 인원이 없어서

그냥 저한테 말씀만 하시고 쓰시면 된다. 등등 나는 전혀 필요없는 말들을 듣고 있었다.

그냥 내가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다는 게 좋아서 "아, 그래요. 그렇군요" 하며 실실거리고 대답하였다.



그 노인은 얼마나 외로웠던 것일까.




작년의 일이다. '녹두거리'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서 이것 저것 알아보려

말그대로 '외부인'으로서 쏘다니고 있을 때, 단 그 몇시간 사이에 걸어가며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대여섯명 보았다는 것에 놀라면서, 여기엔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구나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핸즈프리를 착용하지 않았나 유심히 보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굉장히 긴 혼잣말을 했다.

어제인가, 나도 이미 걸어다니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지 이상한 말들은 아니다.

그냥.. '아, 지금 운동을 가면 배가고플테니까 저녁을 먹고 체육관에 가자' 라든가

'그 책을 헌책방에서 사야하나.. 아니야 신간을 사야겠어'

할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말인데 굳이 따지자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대화형식이란게 좀 측은하다.

이젠 내가 과거에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던 사람이 되었다.



'디스트릭트 9'이란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인 '비커스'가 남아공 사투리로 흥분해서 욕하는게 정말 맛깔났다.

주인공은 여타 많은 SciFi영화들에서 흔하지 않은 말그대로 '평범한 인간'이다.

영웅심리, 영웅이 되어보자라는 생각조차 없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밋밋한 캐릭터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쇳조각으로 꽃모양을 만드는 그를)

그는 장인어른의 배경으로 외계인 이주정책을 펴는데에 군인도 아니면서 리더를 맡게되고,

그 과정에서 어쩌다 외계인의 에너지원 액체와 접촉하게 되어 오른 팔 부터 서서히 외계인이 되어간다.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들이 짐승보다 못하다고 혐오하며 추방하고 격리시켰던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절대 일어날 수 없을 일 일것 같았던 일.

자신이 철저하게 타자화 했던 대상이 되는 일.

생각하고 상상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현재 처한 상황과 나의 자아, 나의 페르소나 이것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란 생각은 열어두는게

더 큰 사람이 되는데에 중요한 요소다.

세상이 언제까지나 알 수 없는 것처럼, 대상을 파악하는 관점을 선택하는것은 불가피한 것과 같이

인식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 내가 좋은 것을 많이 가졌다면 (그 것이 돈이든, 사랑이든, 심지어 생각일 지라도)

그것을 언젠가는 잃을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굳건히 타자화하지 말 것이며,

현재  스스로에 대하여 불만이 있더라도 불만이란 감정에 사로잡혀 나를 제한하지 말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며, 그에 따라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뭔소리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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